여러분은 어떤 커피를 좋아하십니까? 혹시 '얼죽아'가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을 줄여서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미국 독립전쟁이 만든 커피, 아메리카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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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대세는 아메리카노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아메리카노라는 커피 이름이 좀 독특하지 않습니까? 이탈리아어로 미국식 커피라는 뜻인데, 왜 이런 이름이 생겼는지 유래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이탈리아 전통 커피인 에스프레소에 물을 많이 넣어 연하게 마시는 커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넣어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 종류이기도 합니다.
연하게 마시는 커피가 어떻게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어떻게 유래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 아메리카노의 유례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에 상륙한 미군들이 현지인들이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너무 쓰고 진해서 물을 타서 묽고 연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문화적 자부심이 충만했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부탁대로 물을 타 주기는 했지만 속으로 "미국은 커피 하나 제대로 마실 줄 모른다."며 비웃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아메리카노가 생긴 유래라고 하는데, 이 전설 같은 이야기가 과연 사실일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2000년대에 카페 브랜드 스타벅스가 이탈리아 커피 문화를 미국식으로 변형해 퍼트리면서 만들어진 스토리가 아닐까 짐작됩니다.
3. 미국 커피와 유럽커피와 차이
아메리카노 유래설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미국 커피가 유럽 커피에 비해서 연하고 부드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유럽 커피는 맛이 진하고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탈리아인들이 매일 마신다는 에스프레소도 그중 하나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마시면 그날 밤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맛이 진합니다. 프랑스 커피도 추출 방식만 다를 뿐 맛의 진하기는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못지않습니다.
심지어 튀르키예 커피는 이보다도 맛이 더 강합니다. 과장되게 말하면 커피 죽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4. 미국 부드러운 커피 맛의 배경은?
미국 커피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아메리카노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블랙커피조차 유럽 커피보다는 덜 진하고 부드럽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연한 커피를 마시게 됐을까요? 옛날 미국이 유럽 문화의 변두리였던 만큼 커피 맛 하나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시골 사람들이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 독립전쟁과 그 계기가 된 보스턴 차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1773년 12월에 벌어진 보스턴 차 사건은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에서 영국 정부가 수입 홍차에 세금을 부과하자 반발한 주민들이 보스턴 항구에 정박 중이던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습격해 배에 실려 있던 홍차를 모두 바다에 던져 버린 사건입니다.
5. 보스턴 차 사건
사건 배경은 이렇습니다. 18세기 중반,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중국과의 아편전쟁 이후 차 무역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챙겼지만 반대로 과도한 물량 확보로 재고가 넘치도록 쌓이게 됐습니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동인도회사에 미국과의 홍차 무역 독점권을 부여했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홍차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식민지 미국 차 상인의 무역을 막았습니다.
이중으로 견제를 당한 미국의 차 상인들은 네덜란드 등을 통해 홍차를 밀수입하면서 난관을 헤쳐 나가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영국 동인도회사가 쌓여 있던 홍차 재고를 헐값에 미국 시장에 풀어버렸습니다.
그러자 미국 차 상인들이 파산 위기에 몰렸고, 차 무역으로 부를 쌓던 식민지 미국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주도로 결국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수입 홍차에 대한 영국의 과도한 세금 부과에 '대표 없이는 과세도 없다'며 반발한 것이 이듬해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진 것인데, 이와 별개로 보스턴 차 사건은 또 하나, 미국인의 입맛도 바꿔 놓았습니다.
독립전쟁 이전, 식민지 미국 사회의 중산층 이상을 구성했던 주류계층은 역시 영국계 이민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영국 본토에서 그랬던 것 처럼 틈이 나면 여유 있게 홍차를 마시며 티타임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홍차에 대한 무역 규제가 발단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반영 감정이 높아지면서 영국산 홍차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 지지파들과 영국 홍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미국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애국자라며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홍차 한 잔 마시려다 거의 매국노 취급을 당한 것입니다.
6. 홍차의 대체품을 찾다
매일 홍차를 마시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차를 끊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대체품이 필요했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커피였습니다.
당시 홍차와 커피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훗날 미국 제2대 대통령이 되는 존 아다스가 부인, 아비가일에게 받은 편지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더 이상 홍차를 마시지 않아요. 매일 오후가 되면 홍차 대신에 커피를 마셔요. 이제는 홍차를 끊어야겠는데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요." 그리고 이런 미국 시장을 뚫고 들어온 것이 프랑스와 네덜란드였습니다.
이 무렵 두 나라는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과 동남아시아에서 대량을 커피를 재배했던 만큼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습니다. 이럴 때 미국의 영국산 홍차 불매운동은 미국에 커피를 팔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그 결과 미국 시장에 값싼 커피가 대량으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미국이 커피 소비 왕국이 된 다양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7. 맺음말
미국 커피는 왜 아메리카노처럼 유럽 커피에 비해 연하고 부드러울까요? 그 이유 역시 홍차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커피를 홍차의 대체용으로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에 커피를 마실 때도 가능하면 홍차와 비슷하게 마시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커피를 연하게 마시면서 맛과 향과 색을 홍차처럼 부드럽게 했다는 것입니다. 연한 커피, 아메리카노는 촌스러운 입맛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영국과 미국,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각자의 이익을 놓고 다툰 전쟁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메리카노에 담긴 전쟁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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