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게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국민 음식, 라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라면의 종류 및 국가별 유래에 대해서 숨겨진 이야기를 모두 알려드리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1. 들어가는 글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하는데 이렇게 자주 먹는 라면의 역사를 여러분들은 알고 있습니까? 어렸을 때 라면은 면발이 나사못처럼 꼬불꼬불해서 라면인 줄 알았는데 사실 일본어 라멘에서 온 말이고 어원은 중국의 수타면인 라미엔이라고 합니다.
중국 국수가 일본에서 라멘으로 발전했고 우리는 일본의 인스턴트 라멘 제조 기술을 도입해 이제는 즉석 라면 수출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발음은 달라도 이름은 같으니 세 나라 라면이 비슷해야 할 것 같지만, 한-중-일 라면은 닮은꼴이 거의 없는데 나라별로 어떤 라면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 전 세계 다양한 라면의 종류
한국 라면은 즉석에서 끓여 먹는 인스턴트 라면이 전부입니다. 반면 일본은 인스턴트 라면도 라멘의 한 종류일 뿐, 라멘이라고 하면 일본식 국수인 생라멘을 의미하고 중국도 인스턴트 라면이 있지만 보통 라미엔은 전통 국수인 수타면을 뜻하는데 주로 소고기 국수인 우육면을 말합니다.
물론 인스턴트 라면만큼은 세 나라 모두 비슷하기는 하지만 맛까지 따지면 역시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 나라 라면이 왜 이렇게 다른 모습일까요?
삼국의 라면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한 데는 입맛 차이 이상의 경제적, 문화적 배경 때문인데 한-중-일 라면의 발전과정에서 세 나라의 특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 일본
먼저 일본 라멘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여러 설이 있지만 20세기를 전후해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인 남경가의 중국 국수, 남경 소바를 그 뿌리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짜장면처럼 근대 일본에 전해진 중국 국수가 라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일본 라멘은 중국 음식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패전 이후 일본에 라멘이 빠르게 퍼졌는데,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일본인에게 다시마 국물로 끓인 일본 국수, 소바나 가락국수 대신 되지 뼈 육수에 미국의 원조 밀가루로 만든 값싼 중국식 국수, 라멘은 허기를 채워 줄 안성맞춤의 영양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라멘은 중국 음식점에서 벗어나 포장마차 음식으로 대중화되었고 짜장면이 중국집에서 나와 분식집으로 퍼진 것과 비슷합니다.
이 과정에서 1958년에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멘이 개발됐고 이어 1980~1990년대 일본의 지방화시대에 맞춰 지역별로 다양한 라멘 개발붐이 일면서 라멘은 아예 일본의 국민 국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라멘이라는 이름에서도 20세기 일본 격동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데, 일본 라멘의 뿌리가 되는 남경 소바는 일본에서 차이나타운을 뜻하는 난킹 마치, 즉 남경가에서 비롯된 이름이지만 일본이 아시아를 침략했던 제국주의 시절에는 지나소바로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중국을 얕잡아 보는 이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중국 정부 항의로 '지나'라는 호칭 사용이 금지되면서 중화 소바가 됐다가 60년대 인스턴트 라멘이 인기를 끌면서 지금의 라멘이라는 이름과 함께 일본 국수로 정착됐습니다.
나. 중국
중국은 세계 최대 인스턴트 라면 소비국입니다. 중국 라면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인스턴트 라면이건 전통 국수인 라미엔이건 대체적으로 소고기 국수인 우육면이 많다는 것입니다.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중국 음식문화에 비춰보면 상당히 특이한 점인데 중국에서 라미엔이 퍼지게 된 과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 라미엔은 밀반죽을 손으로 잡아 늘이는 수타면입니다.
주로 산시성과 간쑤성을 비롯한 서북부에서 발달한 국수인데 가장 유명한 것이 간쑤성의 란저우 라미엔으로 이 국수는 우육면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면 종류가 다양한 중국에서 손으로 뽑는 수타면인 라미엔은 별다른 특징이 될 수 없기에 다른 지역 라미엔은 별로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반면 위구르 족과 회족이 많이 사는 서북부의 라미엔은 이슬람 전통이 강한 만큼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 국수가 발달했으며 덕분에 중국의 다른 국수와는 차별화가 됐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지역 명물 국수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개혁개방으로 중국에서 여행과 거주이전의 자유가 생겼고 경제발전으로 돼지고기 일변도에서 다양한 음식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90년대 이후 소고기 국수인 라미엔이 중국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아 인스턴트 라면까지도 소고기 국수가 대세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다. 한국
우리나라는 1963년 일본 인스턴트 라멘의 제조 기술을 도입하면서 라면이 발달했습니다. 식량자급률이 60%에 불과했던 시절, 라면은 식량난 해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고 서민들의 한 끼 해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국 라면은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오직 인스턴트 라면 발달에 주력한 결과 이제는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 100개 나라에 수출하는 효자 상품이 됐습니다.
3. 맺음말
사실 한-중-일 라면은 닮은꼴이 거의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라면에는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의 땀과 눈물이 모두 스며있다는 점입니다.
라면의 역사가 시련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라면에는 극한의 가난을 견뎌 낸 중국 인민들의 질곡과 패전의 고통을 극복하려는 일본인의 노력, 그리고 산업화 과정에서 잘살아 보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맨 한국인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한-중-일 서민의 식량난을 해결하며 그 나라 상황에 맞춰 독특하게 발전한 음식이 라면인데, 이렇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하나에도 뜻밖의 문화역사가 숨겨져 있으니, 앞으로 라면을 드실 때, 나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드셔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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