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피곤하고 지쳤을 때 먹는 요리가 뭔지 아십니까? 바냐 카우다(Bagna Cauda)라는 음식인데 채소 퐁듀라고 합니다. 퐁듀에 대한 재미있는 숨은 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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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글
전통적인 퐁듀는 녹인 치즈에 빵 조각을 찍어 먹지만 채소 퐁듀는 뜨겁게 끓인 생선 소스에 셀러리나 당근 같은 채소를 찍어서 먹습니다. 알프스 산맥의 스위스 남부와 이탈리아 북부 포도 농장에서 발달한 요리입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이 어떻게 알프스의 요리를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부모님이 바냐 카우다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북부에서 이민을 왔기 때문입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적응하며 살아야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가족을 은 심신이 지쳤을 때 어머니의 고향 음식인 퐁듀를 먹으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교황에게도 소울 푸드인 퐁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2. 퐁듀의 종류
퐁듀는 진짜 단순한 음식입니다. 포도주에 치즈를 녹여 빵을 찍어 먹는 것이 스위스의 치즈 퐁듀입니다.
녹인 버터에다 소고기를 찍어 먹으면 프랑스 쪽 알프스에서 주로 먹는 퐁듀 부르기뇽, 생선소스에 채소를 찍어 먹으면 이탈리아 쪽 알프스에서 먹는 채소 퐁듀, 바냐 카우다가 됩니다.
퐁듀는 세계적으로 스위스의 정취가 녹아 있는 고급 요리로 통하지만, 사실 알프스의 목동과 농부들이 먹던 거친 음식이었습니다.
스위스가 지독하게 목동과 농민들이 알프스 골짜기에서 겨울을 나면서 먹었던 음식인데 가난한 목동들에게 겨울에 먹을 양식이라고는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담근 와인과 저장해 놓은 치즈 그리고 딱딱하게 굳은 빵 덩어리가 전부였습니다.
목동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포도주를 끓이고 여기에다 치즈를 녹인 후 딱딱하게 말라붙은 빵을 찍어 먹으면서 추운 겨울을 보냈습니다.
치즈에 굳은 빵을 적시면 부드러워져서 찍어 먹으면서 추운 겨울을 보냈습니다. 치즈에 굳은 빵을 적시면 부드러워져서 먹기도 편했을 뿐만 아니라 뜨거운 치즈 덕분에 알프스 산골짜기의 매서운 찬바람에 언 몸도 녹일 수 있었습니다.
눈이 쌓여 다른 마을과는 겨우내 연락이 두절된 알프스 산골에서 목동들은 이렇게 겨울을 보냈고 퐁듀를 함께 먹으면서 힘을 합쳐 젖소를 돌봤습니다.
3. 스위스 퐁듀의 역사
퐁듀가 스위스를 대표하는 국민 음식으로 발전한 데는 스위스 치즈 연맹의 역할이 컸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중립국인 스위스는 유럽의 낙농제품 생산기지 역할을 했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오히려 우유 생산과잉으로 낙농업이 위기를 맞게 됩니다.
그러자 치즈업자들이 경쟁을 중단하고 카르텔인 스위스 치즈 연맹을 결성해 치즈의 생산부터 종류와 가격까지 전면 통제했습니다.
독점을 통해 경쟁을 제한했지만, 공멸의 위기만큼은 막았습니다. 그래도 치즈 생산이 수요를 초과할 정도로 넘치자 스위스 치즈 연맹은 생산량 통제를 넘어서 치즈 소비 촉진 운동을 펼쳤습니다.
치즈를 녹여 먹는 퐁듀를 국민음식으로 선포하고 퐁듀 먹기를 장려했지만 장려한다고 특정음식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퐁듀를 진짜 스위스를 상징하는 국민 음식으로 만들었습니다. 2차 대전 때 유럽 전체가 전쟁에 휘말렸지만, 스위스는 중립을 지켰습니다. 단지 "우리는 영세 중립국" 이라고 선언했기에 중립이 가능했을까요?
중립도 힘이 있을 때 지킬 수 있습니다. 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나치 독일은 스위스 합병을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스위스군 총사령관인 앙리 기장 장군은 국민 총동원령을 내린 후, 독일이 침공하면 스위스 교통망과 기간산업 일체를 파괴한 후 알프스 산으로 들어가 게릴라전을 펼치겠다고 오히려 독일을 협박했습니다.
실제로도 국경을 넘은 독일 전투기를 격추시켰고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향하는 독일 수송열차를 세워 무기를 압수했습니다.
스위스의 영세 중립은 이렇게 스위스 국민의 의지와 용기, 그리고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스위스 중립에는 퐁듀도 작지만, 한몫을 했습니다. 스위스 치즈 연맹에서는 스스로 나라를 지키자는 국민적인 캠페인에 동참해 스위스 군에 퐁듀 식기세트를 기부했고 퐁듀를 만들 치즈와 요리책도 함께 제공했습니다.
알프스 목동이 퐁듀를 먹으며 추운 겨울을 이겨낸 것처럼 퐁듀를 나치 독일에 맞서 나라를 지키는 비상식량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지역특산 음식의 성격이 강했던 퐁듀가 스위스 전체를 대표하는 국민음식, 그리고 스위스 단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스위스 관광 붐이 일면서 국민요리 퐁듀가 세계적으로 퍼져 갔습니다.
4. 맺음말
퐁듀는 따지고 보면 양식이 부족할 때 대신 먹던 우리의 수제와 비슷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퐁듀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바꿔놓은 비결은 스위스가 나치 독일과 맞설 때 총사령관 앙리 기장 장군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항복은 없다. 죽을 때까지 싸워라. " 낙농업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스위스 치즈업자들도 이렇게 다짐했을 것입니다. "포기는 없다.
끝까지 생업과 가족을 지키자" 유럽의 가난했던 나라 스위스가 1인당 국민소득 1, 2위를 다투는 부자 나라로 발전한 과정이 퐁듀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 요즘 사는 게 팍팍하신가요?
알프스의 겨울을 이겨낸 스위스 목동처럼 퐁듀를 한 번 드셔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스위스를 상징하는 국민음식으로 자리매김한 퐁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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